일기

퇴사일기 6

matine 2020. 3. 13. 14:45

본 글의 원 작성일은 2019년 4월 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옮기는 과정에서 내용이 일부 추가, 수정되었습니다.


1년전 퇴사를 하고, 재취업(정확히는 발령)을 기다리는 이 시점에서 쓰는 퇴사일기.

- 회사선택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와 입문교육

 앞서서 간단히 쓰기는 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써본 회사선택에 대한 이야기. 이 글에서 내가 쓰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블라인드, 현직자,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내 나름대로 소화한 것들이고, 주관이 많이 개입되어 있어서 누군가가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러니 그냥 참고정도로만 하길.

 먼저 업무 전문성부터 써보자면, 전기 관련된 업무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전이 더 전문적이다. 송변전, 배전, 원자력 등 여러 직렬로 나눠져서 적어도 사용자측에 공급되는 모든것을 관리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현직자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뭐 10년 넘어가고 직급이 제법 높아지더라도 계속해서 업무 관련된 공부를 하고 업무에도 많이 참여를 하는 편. 계속해서 한전에 몸을 담았다면, 정년 이후에도 그쪽 분야에서는 어느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관리/감독 같은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그런 분들이 제법 계시다고 들었고..

 반면에, 부교공. 이쪽은 전기로 입사해서 전기/차량으로 구분이 된다. (들어와서 알게되었는데, 전기/차량/기계설비로 나눠진다)차량은 내가 아직 잘 모르는 분야니, 전기쪽을 써보자면, 아무래도 한전보다는 조금 더 세분화된 '도시철도'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 (도시철도에 국한되기 보다는, 일반 전기+도시철도 느낌)변전소로부터 공급받은 전력을 도시철도, 그리고 역사 내로 변환,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업무인데 전문성, 기술보다는 경험치에 의존하는 경향이 좀 잦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신설 보다는 관리/유지보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이런 점에 있어서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기도 하고, 타 분야로의 활용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량은 말 그대로 열차를 정비, 유지보수 하는 일인데, 손과 몸을 쓰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기로 들어왔지만 기계직렬도 차량에 같이 섞여서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전기, 기계 내용을 골고루 알고있어야 한다. 기계설비는 위에서 설명한 전기, 차량쪽을 제외한 나머지 설비들을 담당한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PSD, 환기, 오폐수 등등. 담당하는 설비가 많고 고객들에게 접근성이 좋다보니 민원성 업무가 많다. 이곳도 이름에서처럼 전기와 기계가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전기, 기계 내용을 모두 알아야 한다.

 이어서 타이틀. 뭐 말할 필요도 없이 한전의 승리. 중앙공기업과 지방공기업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단 교통공사라고 했을때,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무슨 회사인지도 잘 모르시는 분이 많았다. 지하철인지 버스인지 몰라하는 분이 많아서 지하철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고 항상 덧붙여 설명을 드리고는 한다. 아무래도 큰 회사, 알려진 회사를 다니면 알게모르게 편할때도 있고, 자부심을 가질때도 몇번 있었던것 같다. 첫 회사가 그래도 나름 알려진 회사를 다녔던 탓인지, 오히려 그런 부분에 둔감해져서 내 선택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연봉. 마찬가지로 연봉도 한전의 승리. 취준생의 친구,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졸 신입 초봉이 한전은 약 3500, 부교공 3100, 직원 평균 연봉이 한전은 7900, 7600 정도로 나온다. 경영평가에 따라 다르지만 여기에 몇백정도가 더 붙고, 한전이 조금 더 높게 유지되는 걸로 알고있다. 여기에 교대근무를 하게되면 또 몇백씩 더 붙는다. 일근, 교대로 보면,

 

한전 교대 > 한전 일근 = 부교공 교대 > 부교공 일근

 

정도. 부교공이 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래도 공기업 중에서는 제법 높은 편이라 먹고사는데 어려움은 없는 정도라고 하더라. 외벌이는 조금 힘들수도 있는데, 못할 정도는 아니고.

 다음은 근무지. 공기업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게 바로 순환근무. 두 회사 모두 순환근무를 한다. 한전은, 작년에는 권역별 채용, 올해는 본부별 채용을 해서 권역내, 혹은 본부 담당지역?내에서 10년가량 순환 근무를 하고 지역제한이 해제되어 근무를 수행한다. 부장?을 달면 아마 지역제한이 없어지던가 그랬는데, 이것 때문에 오히려 진급을 안하는 경우가 제법 된다고 들었다. 자기 연고지에서 그냥 사는거지.. 어쨋거나, 지금까지는 오지에서 근무해서 마일리지를 몇년간 쌓으면 연고지/대도시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번처럼 바로 본부로 채용이 이어진다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기존 인력들 이동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부교공은 이름에서 알수있듯 부산내 도시철도를 관리하는 지방 공기업이다 보니 타지로 옮겨갈 걱정은 안해도 된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부산지역 혹은 근방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큰 메리트. 물론, 외곽지역 역사는 주소지상으로는 부산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김해나,양산) 일단 지하철로 이동 가능한 범위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커버가 된다. 합격후, 회사를 정하던 시점에서 여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던게 있어서 안정적인 근무지를 가진 부교공이 많이 끌렸었다. 한전은 아마 3~5년?정도 단위로 순환근무를 실시하고, 부교공은 전기직은 3~4년, 차량직은 6~7년?정도를 주기로 순환을 실시한다. 물론 한전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지역이나 오지같은 경우는 더 길게 근무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이를테면 본사가 있는 나주.

 그리고 워라밸. 요즘은 뭐 워라밸이 중요하니까.. 나 역시도 워라밸을 중요시 하는편. 진리의 부바부겠지만, 한전 송변전워라밸이 상당히 잘 지켜진다고 들었다. 송변전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대게 불만 없이 오래오래 회사에 몸을 담는편이라고 하는데, 배전은 좀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래도 업무 자체가 사용자측과 가까운 일이다보니 민원 업무에 많이 시달리는데 덕분에 낮에는 민원업무를 하고 야간에 자기업무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도 하더라. 그 외에 업무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았다는 전직 한전 배전 친구로부터 얘기를 들어서 배전은 이미지가 별로 안좋았다. 부교공은, 다른 도시철도 회사(코레일, 서교공 등)가 그러하듯 업무 강도가 낮은 걸로 유명하다. 건축/토목/전기직 등이 업무강도가 조금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얼마 안되는 정도? 회사 내에서 크게 바쁠일이 없다는 현직 친구의 얘기가 내 맘을 많이 흔들기는 했다. 덕분에, 많은 직원들이 자기계발에 빠져있다는 얘기도 부교공 선택에 많은 가점을 줬다.

그 외에 기타 사항으로는...

한전은 다소 보수적인 조직문화(부바부, 개선중), 힘이 약한 노조, 안정적인 직장, 가장 많이 알려진 공기업으로 여론/정부 눈치를 볼 수 있다(탈원전, 적자, 전기세 등)

부교공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수평적인 분위기, 단순한 업무, 본사와 현업과의 괴리(업무강도, 분위기)

그래서 요약하면,

 

'한전이 더 유명하고 돈도 주는데, 딱히 이름에는 신경 안쓰고 돈은 둘다 먹고살만큼 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일이 편하고 근무지 안정적인 부교공을 선택!'

이어서 입문교육.

 최종발표, 그리고 건강검진후 거의 바로 이어서 두 회사 모두 입문교육을 실시했다. 한전은 인원이 많고, 회사 규모가 있어서 그런지 서울에 호텔을 따로 잡아서 각종 활동을 수행했다. 2주?3주?간 신입사원으로써 동기들과 친목을 다지고 회사/업무에 대해 배우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시험을 통해 직렬/근무지가 정해진다...정도로 알고있다. 공기업임에도 사기업의 입문교육을 많이 차용해서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육기간에는 주말에만 외출이 가능한 합숙교육 형태. 입문교육 이후 주말정도만 잠깐 쉬고는 바로 현업에 배치된다.

반면에 부교공은, 채용 인원이 많아서인지 변화를 시도중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존과는 교육이 달랐다. BTC 아카데미라고 하는 교육용 건물에서 출퇴근식으로 진행이 되고, 교육 기간도 3주?4주?에서 2주로 줄고, 강당/강의실에서 진행하는 단순한 강의형태의 수업을 받았다. 오랜만에 대학교 수업 듣는 느낌을 받았고, 뒷자리에서 많이 졸기도 했다. 수업 내용은 회사/업무의 소개와 직장인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소양들. 마찬가지로 배운 내용에 대해 시험을 치고 발령을 받는데, 신입직원 모두가 동시에 발령 받는게 아니라 성적순으로 순차적으로 발령을 받는다. 아무래도 직원수가 적다보니 기존 직원이 빠져나간 자리를 신입직원이 채워가는 형태. 덕분에 입문교육을 마치고도 길게는 1년동안 쉬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문제는 언제 발령을 받을지 모르니 다른 일을 하기도 애매.. 그래서 이 기간동안 다른 회사를 지원해서 빠져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기까지가 실제 현업배치까지, 내가 겪었던 프로세스들. 물론 작년 기준이고, 이번에는 또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다. 뭐 더 쓸게 있으려나? 그냥 생각나는 이야기들 하나둘 써보거나... 아니면 결혼 준비하는 과정을 써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한동안 퇴사일기는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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